대부업체 줄폐업하나…불법 사금융 내몰리는 서민들 카드·캐피탈사 등 2금융권 타격 불가피

2020-11-17 09:36:43 by 김익론기자 기사 인쇄하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6

【서울=IBS중앙방송】김익론기자 =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하기로 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이미 한 차례 인하 뒤 일부 대부업체는 영업을 손놓은 상태인데, 이번 결정으로 줄폐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전날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연 20% 초과금리 이용 대출고객(차주)수는 239만2000명으로 16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0% 이하 금리로 전환·흡수가 예상되는 차주는 전체 87%로 207만6000명(14조2000억원) 정도다. 나머지는 금융 이용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불법사금융 이용가능성이 있는 차주만 3만9000명(2300억원) 수준이다.

"대부업체, 대출 옥죄기 전망…영업 이어갈 이유 없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 하반기지만 지금부터 대부업체들이 대출 옥죄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저신용자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24%에서 20%로 적용받는 사람들이 그만큼 이자가 경감된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그 사이 구간에 있는 차주들에게는 이제 대출이 안 나갈 것이고,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차주 역시 회사 입장에서는 연장보다는 회수가 이득이기 때문에 연장을 해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20%대 금리가 기준금리 0%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리 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금리 동조화 현상은 대부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대부업만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기준금리가 아무리 낮아진다 해도 조달금리가 낮아지지 않는 이상 금리는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대손비용 10%, 조달비용 6%, 대부업 중개료 3%에 인건·관리비를 추가하면 20%가 넘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무리해서 20%를 맞추느니 차라리 영업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전날 브리핑에서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을 연간 2700억원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다른 대부업계 관계자는 "인하하기로 한 0.4%포인트만큼 내린다면 햇살론17은 17.9%에서 13.9%가 돼야 하는데, 7등급 이하 차주에게 13.9% 금리로 대출해주는 금융사는 어디에도 없다"며 "그렇게 되면 정책 부실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금융권 관계자도 "금융위가 정책상품을 강화해서 부작용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햇살론17이 그런 역할을 소화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2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하는 임대차3법의 2탄"이라며 "이제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만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법사금융 신고건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만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고, 불법사금융은 더 활황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업법은 대부회사들을 제어하고 등록하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이제 그런 명분이 없어진 것"이라며 "2금융권은 전체적으로 금리 디자인이 다시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중금리 중심 시장 재편"…·여신금융업계 "운신 폭 줄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이미 20% 이하를 중심으로 취급하는 대형사는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사 입장에서는 고금리를 취급 안 하면 장기적으로는 취약차주 비중이 줄어드니 재무건전성이 좋아질 것"이라며 "중금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역 소도시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중소형사는 지역 영업 규제가 있어서 그에 대한 부담도 있다"라며 "대출을 취급하는 지역에서 어떻게 리스크를 줄일 것이냐가 관건인데 점점 어려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신금융업계의 위기의식도 비슷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 금리가 최저였다가 다시 올라갈 수 있는데, 그 때 과연 (법정 최고금리도) 다시 올릴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카드론이 사실상 주수익이나 마찬가지인데, 만약 내년에 연체율이 올라서 대손비용이 오르면 금융기관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맹점 수수료율도 낮춘다고 하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여전사의 경쟁력은 같은 7, 8등급이라도 상환 능력이 좋은 고객을 추려내는 게 리스크 관리 능력"이라며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어쨌든 운신의 폭이 낮아지고 수익성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규모가 2300억원 정도라고 하는데, 금융위도 그 정도 수준 이상 밀려나는 차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며 "정말 소비자를 위하는 고민을 했다면 단계적으로 금리를 낮출 방법도 생각할만 한데 뚜렷한 근거 없이 바로 4%포인트 인하는 아쉬운 선택이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press016@naver.com

  기사 태그:
  기사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