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층 걸어서 배달" 택배기사에 '승강기 사용금지' 갑질 논란 '승강기 오래 잡아둔다' 불만, 영광 모 아파트 일부 입주민 '강요'

2020-11-18 18:20:49 by 김익론기자 기사 인쇄하기


한 택배기사 몇몇 아파트 입주민들이 승강기 사용을 금지 시키자 게시한 입장문. (사진=독자 제공) 2020.11.18

【서울=IBS중앙방송】김익론기자 =생계를 위해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 업무에 내몰려 체력이 바닥이 나도 꿋꿋하게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고 있는 택배기사에 대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도를 넘어선 갑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 제보자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 모 아파트에서 택배기사 부부가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승강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이 승강기 사용을 금지 시킨 이른바 '입주민 갑질'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취재결과 승강기 사용금지는 사실로 확인됐다. 논란의 대상이 된 택배기사 A씨 부부는 최근 입주민들의 결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승강기 안에 게시하고 모든 물건을 경비실에 보관하도록 하겠다고 일부 입주민 갑질에 응수했다.

A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지만, (남편)제가 보는 앞에서 함께 일하는 아내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내 뱉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고 죽고 싶을 만큼 참담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앞서 A씨는 최근 입장문 게시를 통해 "아파트 몇몇 입주민들이 택배 배송시 승강기 이용을 금지해달라고 하시고 무거운 짐도 계단을 이용해서 배송하라고 하셨다. 제가 다리가 불편함에도 승강기 이용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다. 제가 승강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입주민들이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야하는 불편함을 감소해 드리기 위해서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물건 배송 과정에서 몇몇 입주민들은 강력한 항의와 욕설을 하시며 불만을 표출하셨다. 그래서 00아파트 택배 물건은 경비실에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로 글을 맺었다.

택배기사 A씨는 먹고 사는 일에 쫓겨 '골반 골절상'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현재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택배일을 하고 있고, 다리가 불편하다 보니 부인이 함께 일을 거들고 있다.

입주민 갑질 논란이 일고 있는 아파트는 최고층이 17층이다. 20~30층을 넘는 대도시 아파트와 비교하면 비교적 층수가 낮고 승강기가 오르내리는 시간도 짧은 편이다.

A씨 부부는 해당 아파트에 도착하면 배송 물건을 각 층 호수별로 분류하고 승강기에 한꺼번에 실고 올라가 17층에서 1층까지 물건을 승강기 앞 복도에 먼저 쌓는다.

이후 다시 승강기를 타고 17층까지 이동해 부인이 승강기를 잠시 잡고 있으면 A씨가 복도를 따라 각 호수별로 물건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승강기를 너무 오래 잡고 있어 불편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동대표를 비롯해 몇몇 입주민들이 승강기 이용을 금지 시키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승강기 이용금지 갑질 논란은 영광지역 최대 커뮤니티 대화방에서도 이슈가 됐다.

한 입주민은 "세대는 많은데 승강기는 부족하고, 기다리는데 계속 층층이 멈추면 나 같아도 화는 날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막상 제가 사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놀랍고 당황스럽다. 승강기 타기위해 오래 기다린 적이 있었고 배송기사분과 같이 승강기를 탄 적도 있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 조금 짜증도 났었지만 빨리 배송하려고 뛰어다니는 모습에 버튼잡고 도와드린 적도 있었다. 배송문제로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는 반면 저를 포함해 많은 이웃들은 택배기사님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택배기사 A씨는 "본인들이 승강기 이용을 금지시켜 경비실로 물건을 배송하고 있는데, 갑질의 중심에 있는 한 주민은 물건을 직접 집으로 배송해 달라 면서도 반드시 14층까지 승강기 대신 계단만 이용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A씨는 "이번 일로 무거운 물건을 각 호수별로 배달해 드리지 못하고 경비실에 두고 가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특히 "마주칠 때마다 힘내라고 응원해 주시고, 무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음료수를 권하시던 마음 착한 입주민들에게 더욱 더 미안하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

 press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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