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서울 가속"…서울 전세난에 수도권 매매‧전세 '들썩'전세 매물 부족·매매 증가에 수도권 집값 불안

2021-01-28 09:36:02 by 맹은재기자 기사 인쇄하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1.01.24.
【서울=IBS중앙방송】맹은재기자 = "지금처럼 전세 대기자가 많았던 적이 없어요."

지난 27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임대차시장과 관련한 질문에 "전세 매물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 전셋값이 급등하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수도권 내 전셋집을 찾는 문의가 늘었다"며 "집값이 더 뛰기 전에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건넨 거래 장부에는 20평대(전용면적 59㎡)는 12명, 30평대(전용면적 84㎡)는 19명의 대기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 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찾을 수 없는 이른바 '전세난민'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수도권 전세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3개월 연속 상승하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대규모 신규 주택 공급 대책을 예고했지만, 수도권 아파트의 매수심리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등 불안한 양상이다. 서울 전세난민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고,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리면서 수도권 지역의 집값과 전셋값을 동시에 밀어 올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주택임대 수요 중가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주택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전셋값과 매맷값의 격차가 줄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다시 활개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의 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탈서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청 지난 26일 발표한 '2020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8만8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6년(11만1700명)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서울은 6만4850명이 빠져나가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순유출 규모를 보였다. 반면 경기도는 16만8000명이 순유입되면서 유입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순유입률은 과천시(8.0%)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김포시(7.8%)와 하남시(7.2%)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24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로 인구가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구이동자 중 전입 사유로 '주택' 문제를 꼽은 답변이 38.8%로 가장 많았다. 이동자 773만5000명 가운데 300만5000명이 주택 문제로 이사한 것이다.

심지어 전셋값이 집값보다 비싼 곳도 나왔다.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탄현2단지삼익(전용 59㎡)‘는 지난달 8일 2억1500만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2억원에 형성된 매매 호가보다 1000만원 비싼 금액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또 서울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저렴한 수도권 지역에 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호재와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이 지난주 각각 0.36%에서 이번 주 0.42%, 0.40%로 모두 상승폭을 키웠다.

경기에서는 양주시가 GTX-C와 7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로 1.27%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의왕시(0.44%→0.97%)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고양시 덕양구(1.06%→1.10%)와 일산서구(0.78%→0.81%), 용인 기흥구(0.29%→0.63%), 남양주시(0.64%→0.77%) 등도 상승세도 뚜렷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수심리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18일 기준)는 117.2를 기록해 전주(115.3)보다 1.9p 상승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 수치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에서는 경기(123.1)와 인천(112.8)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경기 지역은 지난 2019년 12·16 대책으로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자, 매매 수요가 서울에서 경기로 넘어오면서 매매수급 지수가 100을 넘겼다.

이후 지난 6·17, 7·10 대책 등을 통해 추가 규제에 나섰지만, 100 이상을 유지하다. 지난 10월 첫째 주 107.4를 기록한 뒤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는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주거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의 급등한 집값·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전세난민들의 탈서울 행렬이 이어지고, 수도권에서도 정부의 잇단 규제로 매수에서 전세로 전환한 수요와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면서 전세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3만6336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 18만7991가구보다 5만여 가구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의 집값·전셋값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는 주택 수요가 늘면서 집값과 전셋값 모두 상승하고 있다"며 "수급불균형에 따른 서울의 전세난이 지금과 같이 계속될 경우 수도권 지역의 집값과 전셋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3기 신도시 청약을 앞둔 주택 수요자들이 주택 임대 수요로 전환하면서 수도권 집값과 전셋값을 자극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다시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주거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press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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