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원팀' 與 경선…이재명 '턱걸이' 과반에 무효표 내홍 커져 무효표 규정 문제점 인식했지만…지도부 대응 안이 비판도

2021-10-12 08:26:27 by 최익화기자 기사 인쇄하기



민주당 대선후보로서의 첫 행보로 국립대전현충원 참배에 나선 이재명 대선후보가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11.

【서울=IBS중앙방송】최익화기자 =이재명 후보의 '턱걸이' 과반으로 끝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을 둘러싼 내홍이 11일 점차 깊어지는 모습이다.

경선을 중도포기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무효표 처리한 덕에 이 후보의 결선투표 없는 본선 직행이 확정된 것을 놓고 이 전 대표 측과 지지자들이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부터 무효표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돼 왔는데 무효표로 인한 결선투표 무산이 현실화하면서 원팀으로 마무리됐어야 할 민주당 경선이 당 내홍으로 끝을 맺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서울 경선을 끝으로 막이 내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는 총 투표수 143만1593표(무효표 2만8399표 제외) 중 50.29%(71만9905표)의 득표율을 기록, 과반에 턱걸이하며 결선투표 없는 본선 직행을 확정지었다.

다만 무효표 2만8399표 가운데 정 전 총리(2만3731표)와 김 의원(4411표)이 후보 사퇴를 발표한 시점까지의 득표 2만8142표를 총 투표수에 산입시킬 경우 이 후보는 145만9094표 가운데 49.33%를 득표한 것으로 조정된다. 이 경우 과반득표자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2위 후보인 이 전 대표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20대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특별당규는 59조에서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60조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결과를 단순합산해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의 득표를 누적득표수에서 제외키로 결정한 바 있다. 특별당규 59조에서 사퇴한 후보자의 득표는 '무효표'로 처리하기 때문에 60조에서 규정한 '유효 투표수'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당시에도 이 전 대표 측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중도 포기자의 득표를 무효로 처리하면 득표율 계산의 분모에서 사라져 남은 후보 모두 득표율이 올라가지만 백분율 특성상 1위 후보의 득표율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특히 50% 초과 득표자에 대해서는 결선투표를 생략토록 한 상황에서 특정 후보 '밀어주기'를 위해 다른 후보가 중도사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었다.

이런 가운데 실제 이 후보의 턱걸이 과반에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의 무효표가 중대 변수로 작용하자 당 지도부의 당헌·당규 해석 자체가 잘못됐다며 결선투표를 주장하는 등 이낙연 캠프측은 격앙된 분위기다.

이낙연 캠프 설훈·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헌·당규를 제대로 적용하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2%이며 과반에 미달한 것"이라며 "따라서 당헌·당규에 따라 결선투표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해찬 전 대표 시절 만들어져 무효표 처리의 근거가 된 특별당규 59조와 60조에 대해 중앙당 선관위와는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이미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 무효표일 뿐이지 사퇴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유효투표이기 때문에 정 전 총리(9월13일)와 김 의원(9월27일)의 후보 사퇴일 이전 득표는 유효투표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지역 순회경선 과정에서 중앙당 선관위가 두 사람의 득표를 유효표로 인정해 발표한 순간 그것은 유효투표에 산입되기 때문에 이후 후보자가 사퇴했다고 해서 이를 소급해 무효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당헌·당규를 오독해서 잘못 적용하면 선거의 정통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당원과 유권자들의 표심이 뒤바뀔 수도 있다"며 "전날 민주당 선관위와 지도부의 경선 결과 발표는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선관위가 유효로 확정해 공표한 유효표가 어제 갑자기 (총투표에) 합산 안하고 빠진 것이다. 의도했다면 부정선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수 착오인데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며 급기야 '부정선거'라는 단어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기자회견 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대선 후보 결정 건에 대해 이의신청서도 정식으로 제출했다.

정 전 총리 등의 득표를 제외하는 것을 놓고 '사사오입' 개헌에 빗댄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전날 일부 지지자들은 여의도 당사 앞으로 몰려들어 모여 "철회하라 사사오입"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이날도 대선 후보자 선출 취소와 결선투표 실시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이 전 대표 측의 이의 제기 움직임에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언급하며 승복을 압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전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놓고 문 대통령도 민주당 경선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으니 승복하라는 주장이다.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어제 청와대에서도 입장이 나왔지만 경선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을 하고 있다"며 "절차와 과정을 봐서도 어떤 절차에 위배됐다든지 하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 결과에 대해서 이낙연 후보 측이 좀 승복을 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이낙연 캠프가) 마치 '내게 문심이 있다. 문 대통령의 뜻이다' 이런 식으로 많이 해왔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이재명 지사가)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의제기는 그 이후에 나온 것이다. 결국 국민이나 언론이 보기에는 불복으로 보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날 송영길 대표와 대전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상식과 원칙, 그리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에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 지도부와 중앙당 선관위도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현재로서는 결과 번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송 대표는 대전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 측에서) 여러 이의제기가 된 것들은 선관위나 당 기구 공식 절차를 통해 처리될 것"이라면서도 "어제 저희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선포했고 추천장을 공식적으로 수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께서도 어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경선 과정이 잘 됐다고 분명히 명시해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며 "(무효표 처리 관련) 당헌·당규는 제가 당 대표 때 만든 것도 아니고 이해찬 전 대표 시절 만들어져서 지난 8월에 이낙연 전 대표를 당대표로 선출했던 전당대회 때 통과된 특별 당규에 의한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는 무효표 논란에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결과 번복은 없다고 쐐기를 박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상민 중앙당 선관위원장도 전날 "경선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드러난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없는 이상은 결과가 바뀌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무효표 논란의 단초가 된 정 전 총리와 김 의원도 사실상 이 후보 쪽의 손을 들어줬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며 "이재명 후보에게 축하를, 다른 후보들께는 격려와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후보 사퇴 과정에서 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한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결과를 인정하고 우리가 정한 룰대로 계산했을 때 이재명 후보가 최종 승자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이낙연 후보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혼란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우리당의 대선 경쟁력은 하루 하루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승복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도부와 선관위가 무효표 처리 규정의 문제점을 이미 인식하고 있음에도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간 격차가 벌어지자 무효표 처리 방식 자체가 승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안이하게 대응해 결국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무효표 처리 규정과 관련해 향후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경선 과정 도중에 특별당규를 개정할지 여부에 대해 내부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당시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결선투표를 도입한 점을 감안할 때 두 조항(특별당규 59·60조)이 약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대략적인 동의를 했다"며 "이런 부분을 향후에 어떻게 조화롭게 정리할지는 논의를 더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추가적인 후보 사퇴를 만류하기 위해 중앙당 선관위에 권고를 당부하기도 했다. 무효표 처리 논란으로 당내 반발이 잇따르자 논란이 더 커지지 않도록 더 이상은 후보직에서 사퇴하지 말아달라는 고육지책이었다.
press016@naver.com 

  기사 태그:
  기사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