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0.75% 동결…숨고르기 차원 가계부채 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에 무게

2021-10-12 10:23:58 by 손재현기자 기사 인쇄하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8.26.

【서울=IBS중앙방송】손재현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75% 수준으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지난 7월부터 경제, 소비 지표가 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등으로 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코스피 3000이 무너지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를 고려해 두 달 연속 인상하기 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에 더 중점을 두고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9월 수출액은 반도체 호조가 이어지면서 1년 전보다 16.7% 증가한 558억3000만 달러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26억6000만 달러로 집계돼 무역 역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총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여전히 1000명대에서 머물고 있는 등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1347명 증가한 33만4163명이다. 4차 유행은 7월7일부터 98일째 네자릿수 규모로 이어졌다. 연휴 기간 늘어난 이동량과 연휴 직후 검사량이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확진자 수는 이번 주 중후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조치도 이달 17일까지 2주간 연장 시행하는 등 완화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산업활동동향 등 경제지표도 부진을 보이고 있다. 8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8(2015년=100)로 전월대비 0.2% 줄었다. 올해 4월(-1.3%), 5월(-0.2%) 연속 감소한 후 6월 1.6%로 반등했으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월(-0.6%)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7월부터 대면 서비스업이 둔화된 영향이다.

8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도 118.5(2015년=100)로 전월대비 0.8%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름 휴가 특수가 사라 지면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가 전월대비 2.0% 줄어든 탓이다.
 
취업자 수 역시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고, 특히 30대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아직 온기가 부족하다. 8월 취업자 수는 2760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만8000명(1.9%) 늘었다. 취업자수는 올해 3월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6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증가 폭은 줄어들고 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취업자수가 37만7000명 늘어나는 등 30대(-8만8000명)를 제외한 20대(13만7000명), 40대(1만1000명), 50대(7만6000명) 등 전 연령층에서 취업자수가 늘었다. 30대 취업자수는 1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30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 6일 전날보다 53.86포인트(1.82%) 떨어진 2908.31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8일에는 전 거래일(2959.46)보다 3.16포인트(0.11%) 내린 2956.30로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3거래일 연속 1190원대에서 마감했고 12일에는 장중 한때 120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28일(1201.0원)을 기록한 이후 1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200원대를 기록했다.

반면 주택가격 등 자산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금융불균형 위험이 심각해 지고 있는 점은 우려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 빚은 전분기 대비 41조2000억 늘어난 1805조9000억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 빚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 늘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은은 저금리로 늘어난 부채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물경제와 격차가 커지는 등 금융불균형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동월대비 2.5% 올라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2%대를 6개월 연속 나타낸 것은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와 학습효과 등으로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회복세를 보였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8로 전달보다 1.3포인트 상승하며 두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7~8월 둔화됐던 민간소비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지만 오는 11월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가겠다"고 말해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점진적'의 표현의 의미에 대해서는 "서두르지도 않겠지만 지체해서도 안되겠다는 게 기본적 생각"이라며 "추가 조정의 시기의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과 함께 금융불균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보고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경 금융통화위원도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강연에서 "8월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재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견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사퇴한 고승범 전 위원의 후임으로 한은 총재 추천으로 취임한 박기영 위원이 참여하는 등 7인 체제로 열렸다.

press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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