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공한 위안부 위로금 10억엔 어디로 가나 10억엔의 용처 역시 한일관계의 앞날처럼 안개 속에 빠져 있다.

2018-01-11 11:07:06 by 강병동기자 기사 인쇄하기

 

9일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을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함에 따라 10억엔의 처리 방안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화해·치유재단에는 현재 61억원의 기금이 남아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약108억원)은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이 기금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10억엔을 언제, 어떤 명목의 예산으로 충당할지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 아무것도 정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 역시 이에 대해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억엔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나 국민들이 수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사정들을 감안해서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은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해놓고 문제들을 풀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 당국자는 "(남은 47억원은) 예비비로 편성되지 않을까 싶다"며 "은행에 맡길 것인지, 제3기관에 둘 것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일본 측과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책은 향후 마련하기로 하고 일단 돈만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셈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10억엔을 일본에 반환할 경우 '사실상' 합의파기로 해석될 수 있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피해자 단체의 요구도 외면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에서 짜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으로 일본 측과 더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이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정부의 위안부합의 후속조치에 대해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만큼,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새로운 조치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불가역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합의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 문제 해결이라는 부분, 양국관계 발전이란 부분을 조화롭게 추진한다는 원칙 하에 앞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가 필요한데, 할머니들은 일본이 출연한 돈으로 치유조치가 이뤄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정부는 기왕에 하는 할머니 치유를 우리 정부 돈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본 출연금 10억엔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 할머니들, 관련 단체와 앞으로 조금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진심을 다한 사죄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렇듯 10억엔의 용처 역시 한일관계의 앞날처럼 안개 속에 빠져 있다.
 
강병동기자press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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