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야 보고 싶구나!” 철새들이 쉬어가는 곳,낙동강 하구 을숙도

2018-01-14 20:44:53 by 윤한석기자 기사 인쇄하기

​​낙동강하굿둑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사람들보다 철새들에게 유명할 것 같은 을숙도. 철새들은 어째서 이곳을 찾는 것일까. '을숙도(乙淑島)'라는 이름부터 새와의 인연을 눈치 챌 수 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낙동강이 먼저다. 을숙도가 낙동강 하구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 함백산(1573m)에서 발원해 영남 전역을 위아래로 관통해 남해로 흘러간다. 1300리, 한반도에서 압록강(803km) 다음으로 긴 물줄기다. 함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안동 부근에서 반변천 등의 지류와 합류와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는 점촌 부근에서 내성천과 영강을 품고 남쪽으로 향하다 대구 부근에서 금호강을 받아들인다. 합천과 창녕을 지날 때 까지 남류하던 물줄기는 함안 부근에서 남강과 합수하며 동쪽으로 물길을 바꾼다. 밀양강을 지나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 물줄기는 부산을 지나 남해 짠물과 닿는다. 영남 전역을 관통한 낙동강 줄기가 강의 일생을 마치고 남해바다와 몸을 섞기 전, 낙동강 하굿둑이 있는 그곳에 을숙도가 있다.

기나긴 물길을 흘러온 강줄기는 모래 등의 퇴적물도 함께 쌓여 강 하구에 이르러 유속이 느려진다. 긴 여정에 지쳤는지 힘이 빠진 모양이다. 흐름은 느려졌지만 물줄기는 쉬지 않고 이어지니 퇴적물 역시 흩어질 틈 없이 쌓인다. 이렇게 강 하구에 형성되는 퇴적지형을 삼각주라고 한다. 삼각형과 닮은 모양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풍부한 퇴적물로 이루어진 만큼 영양가 넘치는 비옥한 땅이다. 이곳 낙동강 하류의 김해평야가 대표적인 삼각주에 속한다.

​​을숙도 남단탐조대에서 바라본 습지. 야생 갯벌에서 새들은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쉬어간다

​​드넓은 김해평야는 인간을 먹이고 강 하구의 모래사주는 철새들의 휴식처가 된다. 강의 하구 즉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퇴적지형, 모래사주는 늘어난다. 을숙도도 그 중 하나, 토사가 퇴적되어 형성된 하중도이다. 비옥한 토양에는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짠물과 민물이 뒤섞이니 어패류도 다양하다. 넉넉한 공간에 먹이까지 풍부하니 긴 여행에 지친 철새들이 쉬어가기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1950년대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덕분에 을숙도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1966년의 일이다. 하지만 1987년 낙동강하굿둑이 완공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낙동강하굿둑의 완공과 함께 섬이 공원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들의 휴식처는 사람들의 휴식처로 바뀌어갔다. 낙동강하굿둑 상단 일응도와 하단 을숙도가 하나로 된 것도 이즈음 이었다.

을숙도 여행의 시작,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내부. 한쪽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습지와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한때 쓰레기 매립지이자 (새들이 먹지 않는) 파밭으로 채워졌던 을숙도 하단은 2005년, 5년간의 복원공사를 통해 을숙도철새공원으로 태어난다. 낙동강하굿둑 하단 전역을 차지한 을숙도철새공원은 크게 교육이용지구·완충지구·핵심보전지구 이렇게 3개 지구로 나뉜다. 이중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교육이용지구 뿐이다. 완충지구와 핵심보전지구는 출입할 수 없다. 다만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문의 051-209-2051)을 통해서 완충지구 등 부분적으로 탐방이 가능하다.

을숙도를 처음 찾았다면 낙동강하구에코센터(051-209-2000, http://wetland.busan.go.kr/renew/main/)부터 찾는 편이 좋다. 지난 2007년 개관한 이곳에서는 하구습지의 생태에 대한 전시 교육과 함께 국내 최대 인공 복원지인 을숙도를 안내하고 있다. 철새나 낙동강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을숙도를 어떻게 살펴볼지 문의할 수 있어 초행자에게 유용하다. 안내소에서 배부하는 책자에 지도가 있으니 챙겨두자. 야외용 쌍안경을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2시간 기준 2000~5000원.

2층에 올라가면 한 벽면을 시원하게 채운 유리창이 눈에 띈다. 코앞에 습지가 펼쳐진다. 습지에서 머물고 있는 철새들도 볼 수 있다. 아주 어린 꼬마들도 새 구경에 여념이 없다. 망원경이 있어 철새며 습지를 자세히 살필 수 있다. 좀 더 쉽게 새들을 보고 싶다면 중앙홀 모니터를 이용하면 된다. CCTV 카메라가 습지를 비추고 있어 간단한 조작으로 가까이 또 멀리 볼 수 있다. 습지 뒤로 을숙도대교와 아미산 그리고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삐죽하게 솟은 아파트 단지와 공단을 배경으로 한 습지라. 어색한 조화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철새 구경을 했다면 2층을 찬찬히 살펴보자. 낙동강 발원지부터 습지식물, 낙동강 하구의 형성과정과 철새들의 이동경로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또 전시실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미니도서관에서 더욱 깊이 있는 학습도 가능하다. 3층에서는 낙동강 삼각주와 하구습지, 을숙도 철새 등을 다룬 미니다큐를 볼 수 있다. 영상물 상영은 단체인 경우만 가능하다.

을숙도생태공원, 탐방객은 교육·이용지구만 살필 수 있어요!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남단탐조대

​​낙동강하구에코센터를 둘러봤으면 이제 남단탐조대로 가보자. 을숙도철새공원 안내판이 있는 에코센터 초입 가까이 대형버스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서 하루 5번(10:10, 13:10, 14:10, 15:10, 16:10, 주말은 17:10 추가) 전기버스가 출발한다. 버스 노선은 을숙도문화회관(정시)→낙동강하구에코센터 대형버스 주차장(10분)→낙동강하구 탐방체험장(35분)→낙동강하구에코센터 대형버스 주차장→을숙도문화회관을 잇는다. 출발 시간은 조금씩 변경되기도 한단다. 개인차량은 통행할 수 없다. 에코센터에서 탐방체험장까지 도보로 25분 가량 소요된다.


​​을숙도 남단탐조대 근처에서 연구자료를 채집하는 관련학과 학생들. 일반인들은 이곳에 들어갈 수 없다. 바라만 봐도 충분하다

​​탐방체험장까지 낙동강 하구와 남해바다가 왼편으로 따라붙는다. 철새들을 배려하기 위해 에둘러 지은 을숙도대교도 지나간다. 전기버스 종점인 탐방체험장에 내리면 멀지 않은 곳에 남단탐조대가 있다. 탐조대 앞으로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야생 갯벌 펼쳐진다. 작은 게들이 기어 다니는 것도 보인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뒤로 빽빽한 아파트 단지가 펼쳐진다. 이 갯벌이며 습지만큼은 자연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세계 큰고니 중 2%는 한반도 을숙도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한다는 큰고니는 10월말이면 새끼를 데리고 시베리아에서 이곳으로 오기 시작한다

​​올해도 큰고니며 재두루미 등 겨울 철새들은 먼 길을 떠날 것이다. 부디 이곳 을숙도에서 편히 쉬어가기를. 조금 더 추워지는 10월 말부터 겨울 철새들이 찾아들기 시작할 것이다. 드넓은 야생 갯벌이 철새들 소리로 가득차기를 바라며 을숙도의 겨울을 기다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낙동강하굿둑 상단에 있는 수자원공사 건물 옥상 전망대는 빼놓을 수 없는 뷰 포인트다. 낙동강 하굿둑은 물론 낙동강이 남해바다로 흘러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을숙도를 다 둘러보면 아미산전망대에 들러 낙동강하구에 자리한 모래사주도 살펴보자. 진우도·대마등·장자도·신자도·맹금머리등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지나며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체크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낙동강 하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아미산에서 다대포 해안을 지나 몰운대까지 살펴보자. 16세기 이전에는 섬이던 몰운대가 육지와 이어진 것은 낙동강에서 밀려온 퇴적물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문의: 낙동강하구에코센터 051-209-2000, http://www.busan.go.kr

 

윤한석기자  press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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