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政 간 '최저임금' 충돌, 김동연 판정승…속도조절론 탄력받나 전문가들

2018-06-04 16:52:27 by 이상우기자 기사 인쇄하기


【서울=IBS중앙방송】이상우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장해 온 '최저임금인상 속도조절론'이 탄력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책연구기관 KDI가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둘러싸고 불거진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의견충돌에서 일단은 김 부총리가 판정승을 거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둘러싼 김동연-장하성 간 힘겨루기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도 주목된다.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올해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내년과 내후년에 15%씩 인상된다면 향후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촉발된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최저임금인상' 효과 논란에 KDI가 단기적으로는 장 실장의 주장을, 중·장기적으로는 김 부총리의 주장을 인정해줬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인상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KDI, "최저임금 인상, 임금질서 교란 우려"

우선 보고서는 올해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은 없거나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밀집한 15~24세 남녀와 50대 여성층에서 고용감소 비율이 높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독일은 2년 마다 조정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판단하는데 최소 2년이 소요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론의 이유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서비스업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들어 단순기능 근로자의 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위에서 약 30%의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으면 경력에 따른 임금상승이 사라져 근로자의 지위상승 욕구가 약화되고 인력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다.

특히 정부지원 규모가 급속히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2018년에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이 조성돼 최저임금 인상 안착에 기여했지만 최저임금 근로자가 크게 증가해 소요자금 규모도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더욱이 최저임금 근로자의 지원금이 커지면 근로자 임금 인상 때 정부지원금을 못 받게 돼 사업주 부담이 커져 임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임금인상 기능을 정부가 대신하면서 노조의 존립기반이 약화되는 현상이 프랑스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고용감소보다 노동시장의 임금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며 "프랑스에서 최저임금이 2005년 임금중간값 60%에 도달한 이후 정부가 추가 인상을 멈춘 이유도 임금질서의 교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최저임금 인상, 분명히 충격 있다"

전문가들은 임금이 오르면 노동수요가 줄어드는 게 경제학의 기본 원리라고 역설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당장 해고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여기에 또다시 충격을 가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공학과 특임교수는 "노동수요는 임금이 올라가면 줄어드는 게 경제의 기본원리"라며 "우리나라는 영세자영업자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사업자의 임금지급 부담능력을 초과해서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고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KDI 연구 결과가 결과적으로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판단했다. 오 교수는 "김 부총리가 주장해 온 최저임금인상 속도조절론을 상당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정책실장의 필요성을 다시 짚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경제 분야를 이해하는데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며 "정책실장이 정책결정까지 하게 되면 각 부처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김 부총리가 그동안 어려운 경제학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면서 "경제부총리가 정책 자체도 그렇고 경제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라고 토로했다.
press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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